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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h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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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사건인지

2019년 2월경, 수사기관에 한통의 제보가 접수되었다. 제보자 김재수(가명)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올라오는 역겹고도 끔직한 상황을 설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메신저라는 가상의 공간, 참여하는 사람 그 누구도 서로를 알지 못하고, 범행은 있는데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온전히 전달되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모두가 안일하게 생각한 것과는 달리 그것은 현실이었고 피해자는 계속 늘어났다. 이후 수사가 시작되었을 때는 이미 제보자 또한 가담자가 되어 있었다.

특징

본 사건은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던 사기 범죄의 유형인 섹스토션(Sextortion)이 현실의 성범죄로 연계되어 2차, 3차 범죄로 이어진 사례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섹스토션 사건은 주로 성 영상 유포와 지인 연락을 빌미로 한 금품 요구(일명 '몸캠피싱')인데, 이 사건에선 '금품'이 '성'으로 바뀐 것이다.

이 사건이 더 악랄한 이유는 협박을 넘어, 보이스피싱에서 느낄 수 있는 위압감까지 더해 더 철저하게 자신의 요구를 듣고 그대로 하게끔 했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채팅방에 공개하여 또 다른 성폭행 피해를 당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하는 모습은 촬영되어 채팅방에 공유되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지속적인 지시 때문에 저항 한번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사람을 데려오거나, 가해자들이 영상을 보는 대가로 지불한 가상화폐의 인출책을 시키기도 했다. 그래서 피해자가 공범이 되는 사례도 있다.

해킹

가해자가 피해자들의 정보를 더 많이 알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해킹이였다. 정확하게는 피싱.

피해자가 될 사람의 신상 정보를 미리 알고있다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피해자가 겁을 먹을 만한 상황을 만든다.

이후 가짜 로그인 화면을 보내주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도록 한다. 이때 계정을 탈취하여 소셜 미디어 계정에 등록된 모든 정보를 취득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가해자들 중 주도자로 주로 닉네임 `박사`, `갓갓`, `와치맨`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3인이 언급된다. 이 중 `갓갓`은 이번 사건의 `N번방`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이후 `갓갓`의 방을 모방하여 만든 `박사`방, 그리고 1대 N번방 운영자인 `갓갓`은 2대 N번방 운영자 `와치맨`에게 운영을 넘긴다.

그들의 처음 표적은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의 신체 부위를 찍어 올리는 10대(일명 `일탈계`)였다. 신상정보를 알고 있다며 피해자를 자극한 뒤 정보를 취득하였다.

이후 일탈계 사이에서는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소문의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었기에 묻혀졌다.

여기에 더 발전하여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명목으로 추가 피해자들을 모으고 가해자가 요구하는 영상을 찍어서 보내도록 하였다. 그 수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졌다.

이렇게 얻은 모든 영상은 채팅방에 공유되었다.

간혹 피해자가 이러한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조짐이 보이면, 더 강하고 집요하게 요구하고 독촉함으로서 어떠한 의심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거나, 때론 특별한 이유 없이 피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여, 불특정 가해자에 의해 더 끔직한 성폭행 피해를 입도록 유도하였고 그 장면을 찍어 채팅방에 공유하였다.

신체훼손

가해자들의 요구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악랄해져서, 급기야 피해자들의 신체를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가슴을 칼로 베거나, 피부에 칼로 `박사`, `노예` 등 방을 상징하는 글자를 새기거나, 성기에 애벌레를 넣거나, 성기를 찢는 등 신체를 훼손하는 일을 저지른다. 이 역시 촬영되어 채팅방에 그대로 공유된다.

모범생 `박사`

`학보사 기자`, `장애인지원팀 팀장`, `보육원 부팀장`, `초등학교 우수봉사자`, `아동수련회 교관`, '성적우수 장학생`, `고학점 우등생` 전부 `박사` 조주빈(만 25살, 1995년생)을 가르키는 말이다.

국내 범죄 프로파일러의 주장에 따르면 N번방 사건은 전형적인 고학력자 범죄라고 한다.

현재 흉악한 성범죄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조두순`같은 인물이 N번방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박사`의 경우 “고학력자에다가 아마도 IT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일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는 분석이 나왔으며, 정보통신과를 졸업하고 대학시절 학보사 기자를 하며 많은 기사를 써왔다는 사실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박사`와 텔레그램과의 인연은, 텔레그램의 강한 익명성에 주목하여 총기와 마약을 판매한다고 구매자들을 속여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기에서 시작한다.

텔레그램 상에서 이뤄지는 금전 거래에 감이 잡히기 시작하자, 소위 `N번방`이라고 불리던 불법음란물 공유 채팅방의 운영 방식을 본따 `박사방`을 만든다.

이모티콘

텔레그램 방의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의 영상을 이용하여 2차 저작물인 이모티콘으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한 여성 변호사의 인터뷰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는 성범죄 영상으로 2차 저작물을 만든 사람을 처벌할 수 있을지는 법적 조항과 기준이 없어 의견이 엇갈릴 것이라고 한다.

에피네프린

`박사`의 소셜 미디어(인스타그램) 아이디인 `dpvlspvmfls`를 한글 자판 그대로 치면 `에피네프린`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에피네프린(epinephrine)의 다른 말은 `아드레날린`으로 교감신경에 작용하는 호르몬의 일종이다.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것을 두고 `박사`가 저질러온 범행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신원조회

해킹 뿐만 아니라 박사방에 있던 관공서에 근무하는 직원(공익근무요원, 8급 공무원 등)을 통해 피해자들에 대한 더 자세한 신상 정보를 조회하기도 했다.

영아살해음모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 법률 위반을 감수하면서까지 관공서 직원을 동원한 신원조회 행위는, 길면 꼬리가 밟힌다는 말 처럼 피해자가 해당 직원(공익근무요원)을 고발하기에 이른다.

해당 관공서 직원은 당시 박사방의 운영자인 조주빈에게, 피해자 주변 인물을 살해해달라는 청부살인을 의뢰하게 되고 400만원을 건넨다. 조주빈이 선택한 살해 대상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피해자의 어린 자녀였다.

조주빈의 검거로 인해 해당 사건은 미수로 끝났다.

후계자양성

박사방은 기존 N번방을 모방하여 만들어졌다. N번방은 1대 운영자가 내려온 이후, 2대 운영진이 이어서 운영하는 후계 구도를 가지고 있었다.

조주빈은 박사방을 이어서 운영할 후계자 양성을 직접 챙겼다. 후계자는 `태평양`이라고 알려진 만 16살의 고등학생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검거되었다.

텔레그램 회사가 수사에 비협조적인 이유

텔레그램 개발팀을 주도한 인물은 `파벨 두로프`(현 텔레그램 CEO, 2020년 기준)이다. 러시아판 페이스북이라고 불리는 `VK`를 창업하여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텔레그램이 높은 보안성을 표방하고 있어 각국에서 정부의 입장에 반하는 사람들의 소통 창구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은 `VK`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러시아 정부가 `VK`에서 활동하는 반정부 인사들의 활동의 제제 요청을 당시 `VK`의 CEO였던 `파벨 두로프`에게 요청하지만, 거절과 동시에 자신의 프로필에 이러한 사실을 공개해버린다. 결국 `VK`의 최대주주인 러시아의 대표적인 친정부 IT 기업 `mail.ru`에 의해 `VK`의 모든 지분과 권리를 박탈당하고, 타국(카리브해 섬나라 Saint Kitts and Nevis)으로 망명한다.

텔레그램은 출시 이후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각국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사건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VK`의 사례를 내세워 텔레그램 측은 범죄 수사가 목적이더라도 각국 정부와의 정보 공유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텔레그램이 대화 내용을 암호화하더라도, 비암호화 구간에서 평문이 복원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관할국가(독일) 법원의 영장이 있다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텔레그램이 지속적으로 서버 위치를 바꾸고 있기 때문에 관할국가는 정확한 확인이 되고있지 않다.

디스코드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박사와 유사한 방은 텔레그램만이 아닌 디스코드에서도 운영되고 있었다. 디스코드의 경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소재를 둔 기업으로, 관할국가도 미국이기 때문에 수사협조 요청이 텔레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알려졌다.

그 외

이 글에서 다루지 않은 이야기로는 또 다른 유사한 가해자 `켈리`, `로리대장(태범)`, 이 사건을 심층취재한 `추적단 불꽃`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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